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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학 기초·SLR tec.

[스크랩] 130530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읽기

by 동아스포츠 / 相 和 2018. 6. 30.

* 길 위의 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

 

 

 

신수진...

고은 사진미술관에서 만난...

그녀의 사진 평론에 빠져 들어

사진에 더 몰입했던 시간들...

그녀의 깊은 사진적 사유...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읽기 지은이 : 신수진

발제:sara정(2013.05.30)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 속에 있다.

우리의 눈은 마음의 힘을 얻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보이는 것 너머에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 순간 새로운 행복은 시작된다.

그래서 사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기술이다.

 

 

우리의 삶은 누군가에 의해 그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어떤 충족감과 행복감을 지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예술작품 혹은 예술적 경험은 우리의 마음을 유연하게 해서 현실의 제약들을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나 자신을, 나를 둘러싼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곧 나의 현재를

긍정할 수 있다는 뜻이고 미래는 현재진행형의 경험들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저자 : 신수진

연세대와 중앙대에서 심리학과 사진학을 차례로 전공한 후 연세대 대학원에서 사진이미지를 심리학적 연구방법으로 분석하는 기초연구 개발하고 수행하면서 2002년 국내 최초로 사진이론 관련 박사가 됨. 교육자, 연구자, 평론가, 전시기획자, 이미지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함

 

 

1부. 기억, 기억의 시간 속을 걷다.

▶ 사진이 아름다운 건 언제든 둘러 볼 다채로운 기억의 정원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 소년의 이름으로, 김희중(에드워드 김) :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편집장. 긍정과 설렘의 시선. 모든 사람이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과감히 벗어나는 용기와 자신감이 좋은 사진을 만드는 것. 우리의 몸이 소년에 머무를 수 없지만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는 소년을 다시 만날 순 있다. 셔터를 누르는 이 순간은 곧 가거가 될 터이니, 소년의 이름으로 그 순수한 힘의 이름으로, 두고두고 사랑할만한 과거를 부지런히 만들어갈 일이다.

▶ 시간을 뛰어 넘는 미소, 이형록 : 기록성과 조형성. 생활과 노동의 현장을 담은 사진. 특히 어린이를 담은 사진은 인간의 근원적 신뢰와 삶에 대한 찬양이고, 한국 리얼리즘의 정수이다. 지금 내가 아무리 고단해도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 누군가를 웃게 만들 수 있는 미소를 지니고 있다면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 담담하게 사랑하기, 주명덕 : ‘거리 두기의 미학’인물이 배제된 풍경이나 지형지물을 담은 사진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거리 두기는 같은 장면이라도 범접하기 어려운 세련됨과 품위가 느껴진다. 소유욕으로 자신을 가두는 대신 그저 놓아둠으로써 어떠한 감정도 강요하지 않은 것이 주명덕의 사랑법이다.

▶ 근대에의 추억, 김지연 : 근대를 통해서 잃어버린 개별성의 안타까움을 담담하게 표현함. 사각형의 틀을 유지하는 눈높이와 적절한 거리감, 사실적인 색감, 사람이 없는 장소 등은 있는 그대로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 아버지의 깊은 사랑, 전몽각 : 아버지는 카메라로 자신의 아이들을 관찰하고 아이들만의 자기표현에 마음을 기울였다. 카메라를 든 사람은 역사를 만든다. 시간이 흐르면 사진이 기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찍는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은 훗날 가족사의 중요한 장면에 대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언젠가 낯모르는 누군가에게 가족애를 일깨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2부. 관계

▶ 관계의 속마음을 만나다 : 우리는 모두 관계에서 둘러싸여, 관계를 통해서 자신을 확인하고, 관계로부터 행복감을 얻고자하는 존재이다. 우리가 지각하는 관계는 항상 ‘나’를 중심으로 파악되기 마련이다. 인물을 찍은 사진들은 타인의 관계를 직면하게 함으로써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들도 나와 똑같은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 나를 위한 관계 맺기, 변순철 : 정지된 인물사진을 통해서 살아 움직이는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함. <짝패>는 인종이라는 거칠고 무거운 주제를 섬세하고 미묘한 개인의 문제로 귀착시킨다. 가장 가까운 배우자나 애인은 서로에게 절대적인 힘을 지니지만 불완전하다. 다름은 모든 사람이 어머니의 자궁을 빠져나오면서부터 감내해야 할 외로움의 상징이다.

▶ 정글에서 둥지를 트는 법, 백지순 : <그녀가 되다> 아시아의 모계사회와 한국의 종부에 관한 다큐멘터리. 등장인물의 개별성. 이들은 집단으로 묶이길 거부하고 지극히 개별화된 삶의 방식을 택한 사람들. 그들의 눈길은 다른 사람들과 교차되지 않고 자기 스스로를 향해 있는 듯. (드라마 작가, 공연기획가들을 촬영함) 남들과 공유되지 않은 자신만의 선택으로 온전히 행복해질 수는 없는 것인지를 세상에 힘주어 묻고 있는 것이다.

▶ 함께 살아가며 홀로 꿈꾸기, 이선민 : <트윈스> 신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 한국의 중산층이며 중간 세대인 그녀들은 자유와 구속 사이, 소비와 절제 사이, 그리고 가족과 개인 사이에서 갈등. 물질 이외의 것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줄 나만의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지 묻는다. 내 아이에게 그 애만의 얼굴을 찾아줄 수 있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안주인이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느냐며 슬그머니 꿈같은 이야기를 던져온다.

▶ 당신의 집은 어디인가, 김옥선 : <노 디렉션 홈> 언제고 떠나야 하거나 떠날 수도 있다고 여기는 자의 불안과 지금 여기에 충실히 머무는 자의 평온이 교차하는 풍경.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결국은 스스로의 행복을 위한 숙제이며, 행복은 그 숙제를 열심히 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에 대한 일깨움이다.

▶ 묵음의 조건, 이일우 : <침묵의 소리> 다양한 정서 상태를 보이는 인물들을 다룸. 배경인 한적한 바닷가는 등장인물들이 평정심을 잃게 된 일상의 장면들과 분리된 어떤 장소의 상징임. 묵음 상태로 전해오는 그들의 고통은 쉽게 나의 것이 된다. 내 안에 깊숙이 눌러 왔던 희노애락오욕의 소리가 공명한다.

▶ 얼굴은 말한다, 오형근 : <화장소녀> 중간인, 경계인,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아서 규정하기 어려운 사람들. 소녀들은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다. 어색한 써클 렌즈를 낀 눈, 유치한 색의 염색 머리, 여자처럼 보이고 싶은 입술, 전면에 부여한 마법의 힘을 극대화함으로써 불안한 내면의 허술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녀들이 아무 힘없는 존재라도 그녀들이 보내는 불안의 신호는 우리를 각성시킨다.

3부. 꿈

▶ 꿈의 자리를 만들다 : 작품 속에 펼쳐 진 세계에서 작가들의 상상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제 나의 콤플렉스를 극복한 것 같다. 예술이 내게 꿈꿀 권리를 복원시켜 준 것이다.

▶ 하늘 그림자, 배종헌 : <도시농부 유유자적> 도시에 살면서 주거공간의 옥상에 밭을 일구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디지털 프로세스를 이용해 경쾌하게 다룬 작품. 한 달간의 일기를 한 장으로 만들어 놓은 사진. <10월 천상의 마을>은 거미줄 위에 구조물을 만들어 얹거나 외줄타기 하듯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일상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교차시킨다. 하늘을 도화지 삼아 상상의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지.

▶ 그린 판타지, 이혁준 : <숲> 초록색이 주는 안도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공간의 혼란스러움 때문이다. 누구의 다가섬도 허용하지 않는 빽빽하게 쌓아 올린 숲의 벽. 시간과 공간은 기존의 질서를 벗어나 있다. 디지털 합성으로 만들어 낸 낯선 숲이다.

▶ 꿈의 방, 원성원 : <드림 룸> 디지털 합성으로 ‘이야기’를 할용 해 가정법에 입각한 친구들의 소원을 단서로 하여 플롯을 짜고 화폭에 그림을 그리듯 작품을 만듬. 꿈의 방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꿈 속에서 그곳은 안락한 도피처이다. 그래서 이루어질 수 없는 꿈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 당신의 꿈을 이야기 하세요, 정연두 : <내 사랑 지니> 사진 속이긴 하지만 누군가의 소원을 이뤄주는 프로젝트 기획.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소망이 담긴 모습을 실현시킴. 한 사람의 꿈이 작가와 공유되고 작품으로 재탄생하면서 결국 세상이 그들의 꿈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나누어가지는 순간 우리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 절박함의 다른 얼굴, 난다 : 사진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나’ 마치 긴 순간의 공연을 한 순간에 압축시킨 듯한 시간의 중첩. 난다가 창조해 낸 중첩된 시공간이 우리에게 마련해준 것은‘지금, 여기’의 ‘나’에 대한 성찰의 장일 것이다.

 

4부. 떠남

▶ 떠남의 용기를 배우다 :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고 사소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집착보다는 포기가, 머물기보다는 떠남이 더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된다.

▶ 바람이 분다, 이정진 : <윈드> 소재들은 작가가 오래전부터 가까이했던 사막과 인적이 드문 들판, 산등성이 같은 장소. 머무르면서 대상과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진 듯 한 인상을 준다. 그녀가 바라보았던 그녀가 느꼈던 그 공기의 흐트러짐을 들여다보면 내 마음이 흔들려버렸다. 자유로운 누군가의 영혼에 대한 찬미.

▶ 저 머리 나를 부르는 소리가 있었으니, 이경희 : <아일랜드> 관계는 실존을 망각시키기도 하고 자각시키기도 한다. 분신처럼 여기던 딸이 어느 날 갑자기 유학을 떠나고 난 후 남겨진 엄마의 실존에 대한 자각을 다룬 뼈아픈 보고서. 묵묵히 끌어안은 채 살아가고 있는 소외와 소통의 문제. 흐릿한 근경과 선명한 원경이 중첩되어 있음. 그녀의 세상은 전경과 원경의 선명도가 가파르게 전도되어 있는 셈. 그녀는 카메라로 만물에 대화를 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젠간 내게 다가와 내 손을 잡아 주고 내 어깨를 어루만져줄 세상에 말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말과 침묵은 같은 소리이다. 그녀의 사진이 특별한 것은 외로움을 곱씹으며 딛고 일어서려는 시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먼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시작이 되면 어떠한가.

▶ 연기처럼 날아가라, 김영갑 : <마라도> 예술이 감동적인 것은 한 인간의 삶이 그 안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성실한 수도자처럼 그는 자신의 일상적 즐거움을 오로지 사진을 찍기 위한 것으로 조율해 나갔다. 자신의 감정이 사진만을 위해 흐르기를 바랐다. <마라도>가 귀한 것은 그 안에 바람이 있고 바람에 생명을 실은 인간이 있으며 순응으로 얻은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 여름의 추억, 김천수 : <리조트> 컴퓨터 마우스의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여 누군가의 여행사진들을 수집하여 그 사진들에서 흔적을 지워나가며 자신의 호기심과 기대를 담는다. 그의 사진은 현실이면서 상상이다.

▶ 고난의 가시밭길을 걷는 법, 권혜식 : <빛 흐르다> 일상적인 것,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을 스스로 차단하지 않은 것으로 출발해서 적극적으로 경험의 수위를 높여감으로써 의미를 찾는 과정을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단정한 흑백의 나무줄기, 오랜 인내의 시간을 감추고 있다. 화선지에 그림을 그리 듯 선이 살아 있는 나무들.

▶ 두려움 없이 떠나라, 장태원 : < 제네릭 랜드스케이프> 밤의 달빛에 의지해서 찍은 사진들. 대낮의 햇빛은 참상을 드러내지만 한밤의 달빛은 작가만이 경험한 자연에 대한 공포와 경외를 드러낸다. 압도적인 두려움의 한가운데에서도 아름다움을 찾는 그의 눈.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이 처참함의 끝이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다. 혼돈의 끝에서 슬픔이 기쁨을 절망이 희망을 잉태하는 인간사의 순환 고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5부. 즐거움

▶ 즐거움의 시간을 나누다 :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영원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것을 귀히 여기는 심미안이며, 한때의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의 한순간을 담은 사진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선물이다. 신이 세상을 만들었듯이 예술 속에서 인간은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자연의 빛은 영원하지만 사진에 담긴 빛은 셔터가 열리는 순간 그 찰나에 가까운 시간만큼 빛을 발한다. 우리는 그 시간의 틈새를 늘이고 줄임으로써 자신의 사진 속에만 존재하는 세계를 창조해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사진이 선물하는 순수한 즐거움의 시간인 것이다.

▶ 마음 산책, 임준형 : 곤충에 대형카메라를 가까이 가져가 작고 사소한 것을 크고 강하게 만들어 주는 사진의 힘. 맨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되는 그의 사진을 통해 곤충들 속에 조화로운 선과 색을 알게 된다.

▶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 구성수 : <포토제닉 드로잉> 사진 속에 담긴 꽃이 그 자체로 온전히 아름다우려면 그것을 발견한 사람, 즉 작가가 새로이 발견한 무언가가 더해져야만 한다. 감상자인 우리가 미처 몰랐던 아름다움을 경험시켜주어야 한다. 그의 꽃들은 19세기적 아이디어와 21세기적 프로세스의 혼합을 거쳐 완성된 것이다. 야생화의 다소 촌스러운 느낌이 유지될 수 있는 색을 선택한 것은 가급적 자신이 눈으로 관찰한 바를 그대로 옮겨 놓으려 한 것임. 꽃이 아름다운 것은 곧 져버릴 운명 때문이고 꽃을 담은 사진이 아름다운 건 절정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 책의 의미, 임수식 : <책가도> 사진의 소재는 책장에 꽃힌 책들과 수집품으로 18세기 후반 유행했던 민화의 시각을 따르고 있지만 그의 책가도에 담긴 소재들은 개개의 인간에 의해 구성된 서로 다른 사적인 공간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 들어온 책들은 본연의 물성을 회복하고 있다. 수북이 쌓인 물건들의 조합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주인고의 내밀한 사적인 세계를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 장의 원본으로 만들어진 사진을 조각내어 다시 이어붙이는 작업을 통해 주인의 손때를 묻히고 읽고 수집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생겨난 그 시간들을 전체를 부분으로 다시 부분을 전체로 구축했다.

▶ 장을 보다, 김영수 : <장을 보다> 5일마다 열리는 재래시장의 물건들을 촬영. 낯선 곳에서 발견된 익숙한 물건들의 낯선 모양새는 도시인들과 동떨어진 그곳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 소비를 통한 삶의 기본 요건들을 일깨워줌. 진솔한 생활의 현장에 대한 존중. 소재의 형태와 색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줌.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택되도록 하기 위한 그들만의 판매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 치유와 회복의 사진기행, 조민기 : 대부분의 시간을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로 산다.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그는 긴 여행을 떠난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곳, 그가 충분히 세상을 관찰하고 그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는 카메라 뒤에서 사진가가 된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알고 있는 그. 그가 바라본 세상에는 질서와 조화가 있고 유머와 향수가 있고 자존감과 아름다움이 있다.

 

6부. 감각

▶ 감각의 지평을 넓히다 : 사진은 실재를 대신할 뿐 실재일 순 없다. 한 작가의 작품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익숙해지면 그의 눈이 찾아지는 아름다움을 따라 내 눈이 동조되어가는 걸 느낄 수 있다. 배병우 작가의 흑백의 단정한 풍경, 구본창의 백자에서 핑크색 살결, 오형근의 십대들의 얼굴에서의 불안감, 눈 내린 겨울 산의 주명덕의 어둡게 가라앉힌 장면, 민병헌의 눈부시게 밝고 포근한 설경 등 그들의 눈이 아니었다면 무심히 지나쳤을 수많은 장면들이 나의 눈과 마음으로 들어온다. 예술작품은 이렇게 우리의 감각을 정교하게 만들어서 그 지평을 넓혀 주는 것이다. 우리는 정해진 답이 없는 감성적 상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 사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기술이다.

▶ 눈으로 품다, 배병우 : <소나무> 날카로운 직관과 찰나에 발휘되는 명민함에 의존하는 대신 오랜 시간 내화된 취향을 더듬이 삼아 온몸으로 발견하고 느낀 것을 프레임에 담는다. 사진보다 먼저 자연과 하나가 되고픈 본능의 욕구를 따른다, 자연이 전하는 침묵의 소리와 미세한 떨림은 그에게 풍부한 포만감을 안겨준다고 한다. 무심한 듯 바라보지만 기꺼이 하나 될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미 하나인 듯 하지만 담박함을 잃지 않는 부성애적 풍경이 그의 사진에 담겨 있는 것이다.

▶ 따뜻한 눈 내리는 날, 민병헌 : <스노우 랜드> 나를 둘러싼 공기와 흩날리는 눈밭의 한가운데서 땅속 깊은 곳으로부터 온기를 끌어올리는 생명의 기운. 풍경에 대한 예술적 해석이 원초적인 공간 경험의 단면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실존적이라는 지적은 민병헌의 경우에 직접적으로 적용된다. 흰 벽에 걸린 눈밭의 앙상한 나무는 날렵한 백색 액자틀 안에서도 외롭기보다는 사랑스럽고, 안개너머의 깊은 숲은 내 집 앞마당처럼 친근하다. 이처럼 시각으로부터 시작되어 촉각으로 이어지는 공감각적 감성 경험이야말로 그의 풍경사진이 마음에 와 닿는 이유일 것이다.

▶ 평면으로 지은 몽환적 질서의 공간, 고명근 : <스톤 보디> 사진을 통해서 대상을 관찰하는 것은 육안으로 보는 것과 가장 유사하다. 그러한 이유로 사진을 이용하는 예술가들은 필연적으로 육안을 통한 일상의 경험과는 차별화된 시각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을 이용한 조각. 사진 자체로 육면체나 원기둥, 방추 등의 구조를 만들어냄. 투명함이 주는 유희.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 보는 이의 눈 속에서만 만들어지는 기묘한 현실적 공간감. 영화 인셉션을 능가하는 감각적 유희.

▶ 환영의 안과 밖을 탐험하다, 이문호 : <엑스트라 스페이스> 우리에게 익숙해진 환영 체계를 환기시킴. 기억은 일종의 머릿속에 있는 내부표상이다. 그의 관심사는 ‘현실과 가공된 현실 간의 차이’와 환형을 만들어 내는 방식에 대한 탐구’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고흐나 에셔와 같은 대가들의 그림을 공간으로 옮겨 놓음. 그가 만들어내는 공간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자신이 지닌 환영체계를 의심하게 하기 위한 장치인 것. 우드락으로 만든 피아노. 형태적인 요소들의 충실한 재현. 수많은 진짜를 대신하고 있는 환영들에 길들여온 피아노에 대한 표상. 손에 만져지는 것과 머릿속에 자리 잡은 그림 중 무엇을 믿을 것인가.

▶ 위장된 현실, 조작된 무의식, 백승우 : <블로우 업> 정치권력에 의해 재단된 북한의 현실 가운데 숨겨진 것을 드러내는 작업. 작가는 북한 당국에 의해 검열되고 잘려나간 필름들 사이에서 그들이 숨기고 싶어 했던 모습을 찾아내서 확대했다. 그들이 보여주길 원치 않았던 것을 보여준다. 영문상표나 여승무원, 길 위의 행인들은 선택되어 확대되는 순간 북한의 검열을 뚫고 살아남은 귀중한 정보가 되었다. 시각적 세계의 허구성을 시각매체를 통해서 일깨운다는 것은 현대예술의 맥락에서 사진이 지금과 같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이유와 맞닿아 있으며 작가가 자신의 작업에 사진을 활용하는 확고한 근거이기도 할 것이다. 모든 사진의 이미지는 찍은 사람의 선택에 의해 간추려진 현실이다.

▶ 기운과 생명의 시, 이갑철 : 사진으로 혼이나 정신을 찍을 수 있을까. 한국적인 정신을 찾는 작가임. 자신의 정신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장면을 찾아가서 순간적으로 그에게 부딪쳐 오는 섬광을 찍어낸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철저하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있기 때문에 그의 사진에서는 늘 초현실이나 상징 같은 단어가 따라 다닌다. 그의 눈은 예민하고 손은 빠르다. 그의 사진에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고, 모든 존재의 시작과 끝이 있다. 그의 사진에서 배웠다. 혼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혼이 보이는 건 알겠다.

▶ 나비의 꿈을 꾸다, 구본창 : <시간의 그림> 우리는 딱 마음의 모양만 한 세상에서 산다. 구본창이 주목하는 세상은 언제나 아스라한 애잔함을 품고 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것들을 포착하여 정지된 순간에서 영원을 생각하게 한다. 매 순가,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말없는 대상과의 교감을 시도한다. 그는 늘 속삭이듯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사진 찍기의 시작은 대상과의 만남이며 부딪힘이다. 낡은 벽면, 앙상한 식물의 줄기, 물결이 이는 바다. 자연 그자체이거나 오래되어서 자연과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조형물을 통해 그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예술로서의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다른 상상의 가능성을 열어야하는 과제를 지니게 된다. 그가 풀어가는 방식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부터 추출해낸 핵심요소들을 사진적 장치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벽은 단순한 건물의 일부가 아니라 수평선 혹은 지평선 위에 떠 있는 구름처럼 보이고, 담쟁이 줄기는 인체나 우주 공간으로, 물과 바위는 하늘과 산처럼 보인다. 모두 피사체의 이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고요한 명상적 체험. 나른한 이완감. 자신의 내면의 울림과 정서적 경험에 충실. 그가 추구하는 근원적 자아존재감의 변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숙고하여 수렴해가는 과정은 장년기의 자연스러운 인생과제이다. 가치관과 세계관이 통합되는 이 시기를 거치면서 예술가는 보다 원숙한 자신만의 주제와 표현양식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화두는‘절제’이다. 눈에 띄는 두드러진 피사체의 존재감을 포기하는 것, 아름다운 것에 마음을 빼앗겨버리지 않고 대상과의 교감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그의 작업의 목표인 것이다. 사진 속 먼지와 앙상한 줄기와 출렁이는 물결을 통해서 열리는 상상속의 무한 공간은 현실과 사진을 분리시킨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장자의 ‘호접지몽’을 꾸듯, 현실과 사진이 제공하는 비현실의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존재의 보편성을 경험하게 된다. 먼지가 곧 하늘이며 구름인 공간, 그리고 나와 먼지와 우주가 하나 되는 꿈의 세계가 사진 안에 펼쳐지는 것이다.

▶ 예술가처럼 살기 : 작가들의 삶. 가난, 천진, 처절, 뒤돌아보지 않기, 후회 없이 사는 그들은 창의적인 인간. 자신의 눈으로 찾아낸 아름다움으로 스스로를 가장 자기답게 지키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자족하는 삶. 그들이 부럽습니다.

 

 

나의 단상

사진이란 끝없는 응시에서 나오는 무의식적 영감의 표현이다

-JOHN BERGER 의 PHOTOCOPIES에서 -

 

한 호흡의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공간을 넘어 선 또 하나의 공간.

문을 넘어 서면 보이지 않은 또 다른 만남에의 설렘.

스러지는 것이 있기에 새로이 피어나는 생명의 탄생에 감탄하는 순간이다.

사진기를 통해 바라보는 작은 마이크로의 세계는

거대한 매크로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그 순간이 내게는 축복이고 삶의 탄성이다.

 

출처 : 나를 타고 흐르는 섬
글쓴이 : sharaburu0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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