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덕 삼화리에서, 눈을 마주치려 했지만 돌아 앉는다 *
예술의 목적은 아름다움이 아니다.
예술은 어떤 특정 주제에 관해 극단적으로 몰입하고 이해한 후,
또 그걸 그런 몰입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다.
-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ISD) 존 마에다 총장의 말 중에서 -
아타샘의 작업과 통하는 것 같아 옮겨 본 글이다....
ON - AIR
- 김아타 지음
2009. 06. 16 요약 정리함
● 김아타
‘나와 존재’에 대한 관심을 담은 ‘세계 내 존재’ 시리즈, 관념으로부터의 해체를 담은 ‘해체’ 시리즈를 거쳐 유리박스 안에 성과 폭력, 이데올로기 등을 담은 ‘사적인 박물관 The Museum' 프로젝트 등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최근에는 뉴욕, 베이징, 상하이 등을 오가며 시간 속에 사라짐으로써 존재하는 것에 대한 탐구 정신을 담은 ON - AIR 프로젝트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1장. 작업의 기록
▶ 관념을 버리고 자유를 얻다 -이미지 트레이닝에서 <해체>, 그리고 아버지
-<해체> 시리즈는 나로부터 자유로워진 시기에 시작하여 1995년까지 진행되었던 흑백작업이다. 이 시리즈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인간의 본능을 제어하려는 반성적 의미에서 시작되었고, 인간을 자연이란 밭에 볍씨 뿌리듯 세팅하였다. 하이데거가 말하였던 해체는 이 작업에서 반성의 의미로 차용하였다.
- 10여년의 긴 방황 끝에 다시 만난 아버지는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큰 산이었으며, 외부세계에 있던 물질적인 나를 정신적인 나로 돌아오게 하는 기준이었다.
-<해체> 시리즈를 작업하기 전에 나는 150여명의 인간문화재들을 만났다. 그들과의 많은 대화를 통하여 전통문화와 순수예술과의 공간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내가 찾아가야 할 패러다임을 깨칠 수 있었다.
▶ 나의 사유와 실존의 집 - The Museum 프로젝트
- 1995년부터 2002년 1월까지 진행했던 The Museum 프로젝트는 모든 사물을 박물관의 그것처럼 유리박스에 세팅하여 오브제에 존재의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나의 사적인 박물관을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였다.
- 유리박스는 사물을 세팅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내가 살아 온 역사이기도 하다. 유리박스는 시간을 박제하는 포르말린이면서 현재와의 거리두기이자 시간차를 상징한다. 이것이 The Museum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작용한다.
- 박물관의 사전적인 정의가 ‘죽어야 살아나는 것’이라면, 나의 사적인 박물관은 ‘살아 있는 것을 영원히 살게 하는 사유의 공간’이다.
- 2002년부터 시작한 ON - AIR 프로젝트는 ‘하지만 모든 사물은 결국 사라진다.’는 결과론의 표상이다. 즉 The Museum 프로젝트와 ON - AIR 프로젝트는 ‘모든 사물은 존재의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결국은 사라진다.’는 나의 동양사상적 인식론의 표상이다.
▶ 유리박스 안의 사랑
-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부여하지 않았다. 그냥 마음대로 본능대로 하라고 했다.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한 뒤 작업실을 빠져 나왔고, 유리박스 안의 두 남녀의 본능적인 행위를 카메라만 관찰하고 있었다. 다음날 새벽 여자모델은 유리박스 안에서 서럽게 울었다. 자신을 비워내는 적극적인 행위로 내 작업을 선택하였고, 이제 새로운 에너지로 풀발 할 수 있을거라고 그런 기회를 준 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자신의 공간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3개월 후 한통의 편지가 왔다. 유리박스에서 처음 만났던 그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이다.
▶ 전쟁을 기념한다.
- 고민 끝에 보훈병원을 찾아가 그곳에서 요양하고 있는 상이군인들과 긴 시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오랜 전쟁으로 상처 입은 그들이 옷을 벗었다. 아내들은 조심스럽게 남편의 의족을 해체하였다. 상처 입은 몸을 드러내도록 도왔다.
▶ 어머니의 바다
- 그날은 제자의 어머니가 여덟 시간 동안 앉아 의자에 나신으로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살아 온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카메라가 신부의 역할을 대신할 뿐, TKg여 있던 덩어리를 ‘독백’이라는 행위를 통해 드러내어 자신을 정화시키는 과정이 고해성사와 다르지 않다.
- 오후 6시 여덟 시간 동안 계속되는 독백을 끝낸 뒤 그녀는 ‘내 속에 켜켜이 쌓여있던 분노와 한을 모두 털어내고 나니 어느 순간 엄청난 환희가 몰려왔다’고 했다. 그녀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축복 같은 것을 체험했다며 나를 뜨겁게 안았다.
▶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 - ON - AIR 프로젝트 작가 노트
- 1827년 조지프 니세포르 니에프스는 파리의 풍경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8시간의 노출이 필요하였다.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8시간 혹은 24시간의 개념은 사물이 가진 사실성을 사라지게 하기 위한 물리적인 시간이며 역설적으로 그 정체성의 밀도이기도 하다.
- ON - AIR 프로젝트는 모든 이미지를 재현하고 기록하는 시간의 속성과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자연의 법칙을 대비시켜 사실성이 사라지고 난 후의 추상에서 존재의 실체를 탐구해 가고자 하는 것이다.
- 필름 한컷에 긴 시간을 노출하여 움직이는 것을 그 속도만큼 사라지게 하거나 각각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여러 컷의 이미지를 포개어 쌓아가면서 그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창조해 가는 두가지 프로세스, 그리고 고체였다가 스스로 녹으면서 액체가 되는 얼음의 물질성을 이용한 작업으로 나누어진다.
- <DMZ>, <The Sex>, <Call Me>, <셀프 포트레이트>, <최후의 만찬>, <아이스 모놀로그>, <Flower> 등
- <아이스 모놀로그> 시리즈 중 <마오의 초상>은 대형 얼음으로 만들어진 20세기 사회주의의 아이콘인 마오쩌둥이 녹아가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108개의 잔에 녹은 물은 분화된 또 다른 <마오의 초상>이다. 마치 불교의 108번뇌를 닮았다.
- <Flower> 작업은 9.11 홀로코스트의 기념비가 녹아 내린 물을 1,000개의 세라믹 그릇에 담아서 거기에 새로운 생명인 꽃을 피워 가는 과정을 담은 것이다. 아파트를 짓기 위하여 깎아 내린 황량한 산에 이 1,000개의 그릇을 세팅했다. 7개월 후 그 물과 그릇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
- 나는 이 작업들을 통해, 사라지게 하여 존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지독한 역설의 미학을 말하고 싶다.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이 on - AIR 프로젝트는 예술이 과거를 치유하고 현재와 소통하며 미래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라는 신념에서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 또 하나의 열하일기 - 중국에서의 <셀프 포트레이트> 작업 이야기(랑무스, 연변, 란주 일기)
- 사회에서 제도가 물질이면 환경은 그 아이덴티티가 된다. 이 시간 이후 이 행로에서 나는 바람 한 줌의 무게보다 더 가벼운 정신이 나를 움직이고 세계를 움직인다는 진리를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인간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갈 것이다.
▶ 마오, 마릴린을 만나다.
- 20세기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두 이데올로기의 대명사로 불리던 마오쩌둥과 마리린 먼로, 그들을 얼음으로 만들기로 하였다.
- 그들은 이미 물이 되었다. 아이스 마오의 초상이 녹은 물과 아이스 마릴린이 녹은 물을 큰 원통 속에 함께 넣어 섞었다. 사회주의 상징과 자본주의 상징이 물이 되어 만났다.
▶ 슬픔과 구원의 땅 그라운드 제로
-미국은 메이플라워호와 함께 온 힘의 종교, 기독교가 만든 나라이다. 뉴욕은 그 힘의 정점이며, 인간이 만든 도시들의 메트로폴리탄이다. 뉴욕이 도시들의 꽃이라면 맨해튼은 암술과 수술들의 클라이맥스다. 이곳은 창조와 파괴의 본능을 가진 지킬과 하이드의 표상이기도 하다. 부와 힘의 상징 월스트리트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리스트의 목표가 되었던 이유 또한 그랬다. 그라운드 제로는 그렇게 탄생했다.
- <New York> 시리즈 작업이 완성된 몇 달 후 <어패처>의 다이애나는 나의 그라운드 제로 작업과 9 11 희생자 명단을 영사한 <아이스 모놀로그> 작업을 보고는 불쾌한 속내를 드러냈다. 당신이 우리의 슬픔을 어떻게 이해한다고 이런 작업을 했느냐고…
- 그러나 5000년의 역사에서 3,000번의 외침을 당한 역사를 가진 한민족 후예인 내가 왜 그 아픔과 상처를 모르겠는가?
▶ <Atta Kim : ON - AIR >를 시작하며
- I2000년 베를린에서 열린 동아시아 아티스트 27명의 그룹전이 뉴욕 퀸즈 미술관 순회전에 이어졌는데 그 오픈 행사에 참가하였던 CP의 큐레이터 크리스토퍼 필립스가 나의 작품을 눈여겨 보았다. 이후 3년의 시간이 지난 후 그는 나에게 ICP 개인전을 제의하였다. 나는 보여주고 싶었다.
- 전시가 시작된 후 크리스토퍼는 말했다. ‘50명의 중국 사진가들이 중국의 변모해 가는 현실을 다양한 이미지로 보여주었다면, 아타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동양사상을 완전히 녹여서 새로운 형상으로 창조했다.’고. 뉴욕의 언론과 미슬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 미국이 완벽한 기회의 나라임을 실감한 것이 소중한 경험이다.
▶ 자유를 가르쳐주는 땅, 센트럴파크에서
- 내가 오랜 작업을 통해 지혜의 값을 얻었다면, 그것은 자유로부터도 자유로워지리라는 깨달음이다. 자유는 말없이 흐르는 강물과 같다. 자유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말하지 않는다.
- 센트럴 파크는 진화의 원심력을 제어하고 원시성을 찾게 하는 어머니의 땅이다.
- 센트럴 파크에서 길게 보내는 이 시간, 이 아름다운 공간을 설계한 F.L.옴스테드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100만평이 넘는 공간, 이 아름다운 숲에서 자유의 바람이 불어오는 시월의 하루, 여전히 셰익스피어 등에는 단풍잎에 물든 따뜻한 가을빛이 내리고 있다.
▶ 벽은 사라지는가
- 월 스트리트에서 벽에 대해 생각한다. 벽은 ‘마음의 병’에서 비롯된 것이다. 베를린 장벽, 한국의 DMZ, 팔레스타인이 넘어오지 못하게 쳐 놓은 콘크리트 장벽은 아직도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벗어나지 못한 원시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 작업은 나에게 축복 같은 것이다. 나는 행하는 곳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확인해 간다.
▶ 이야기는 이어진다.
- 소호는 맨해튼의 축소판이다. 해가 차츰 그린스트리트를 길게 비칠 무렵이면 소호를 찾는 사람들과 함께 이 거리는 살아난다. 나는 이런 문화가 좋다.
- 소호는 아름다운 문화가 있는 곳이다. 아마도 뉴욕을 방문한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소호를 빼놓지 않고 찾을 것이다. 아티스트들에게 소호는 고향 같은 곳이다.
- 소호가 밤의 문화를 시작하는 시간, 한결 기쁘고 뿌듯한 마음을 안고 카메라를 내린다.
▶ 바람에 흔들리는 올리브나무
- 작업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의 만남은 언제나 작은 설렘과 흥분을 안긴다.
- 유엔의 존재 이유는 내 작업의 이유와도 통한다.
▶ 아시아인, 그들은 누구인가?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아시아관, 아시아의 보물은 모두 여기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 이 미술관에서 나의 전설적인 카메라인 디어돌프 8×10 인치의 카메라 앞에 많은 사람들이 나비처럼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온종일 반복했다.
▶ 한 마리 새가 되어 중국을 날다.
- ‘마오가 녹아서 물이 된다고 해도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오가 녹은 물이 기화되어 대기와 관계하여 비가 되고 눈이 온다. 얼음이 녹아서 없어진다고 해서 부정적이지 않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현상이다.’중국 정부는 내 의도를 납득했고 취재 허가를 해주었다. 만리장성을 지나 지금 이 시간 천안문 공장에서 수많은 인파를 ON - AIR한다.
제2장. 아타의 만남
▶ 길에서 만난 리틀 부다
▶ 미국 현대 미술의 오늘을 만나다
- 디아 비콘 미술관에서 나는 미국 현대미술의 허상을 볼 수 있었고, 이 시간 내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 나는 예술이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예술을 지배할 때, 비로소 예술이 다가올 미래를 존재하게 하는 엄청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 나에게는 위대한 스승이 많다.
- 내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만난 모든 사람이 위대한 스승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살아가는 이상을 갖게 해준 위대한 스승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나를 생각하는 아이로 자라게 해준 아버지다.
- 하이데거와 사르트르, 프로이드, 함석헌, 최제우, 다산 정약용, 일본의 전설적인 사무라이인 미야모토 무사시, 러시아의 위대한 사상가 구르디예프였다.
- 나는 이들의 사상이 내 모든 곳에 녹아들게 열심히 노력하였다.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것을 체계화시킴 것이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 ON - AIR는 세상의 섭리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위대한 나의 스승, 그들이 있어 가능했다.
♥ 아타김은 정교한 사상과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경험을 극도로 상상력이 풍부한 이미지로 표현한다.
그런 점이 관객들에게 그의 사상적 궤도에 매료되게 만든다. ♥
- 크리스토퍼 필립스 -
* 석준이는 샘의 안부를 자주 묻는다. 기억에 담긴 샘이 그리운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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