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항 - 김선우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막배 떠난 항구의 스산함 때문이 아니라 대기실에 쪼그려 앉은 노파의 복숭아 때문에
짓무르고 다친 것들이 안쓰러워 애써 빛깔 좋은 과육을 고르다가 내 몸 속의 상처 덧날 때가 있다
먼 곳을 돌아온 열매여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어서 아직 푸른 생애의 안뜰 이토록 비릿한가
손가락을 더듬어 심장을 찾는다 가끔씩 검불처럼 떨어지는 살비늘 고동소리 들렸던가 사랑했던가 가슴팍에 수십개 바늘을 꽃고도 상처가 상처인 줄 모르는 제웅처럼 피 한방울 후련하게 흘려보지 못하고 휘적휘적 가고 또 오는 목포항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기를
떠나간 막배가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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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방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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