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의 긴 겨울
-김정섭-
가난하여 늘 배고프던
내 어린 시절,
울 아부지는
마당에 쌓이는 눈을
아무런 말도 없이
한참을 바라보시곤 하셨지
이제야 생각해 보니
저것이 쌀이라면,
저것이 쌀이라면,
배고픈 내 새끼들,
배고픈 내 새끼들,
그리하셨을 것만 같아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장독위에 쌓인 눈을
언 손으로 집어먹던 어린 나를
먼 발치에서 보시다가
못 본척 고개를 돌리시던
우리 아부지. . .
마당에 쌓인 하얀 눈이
쌀이었으면, 밀가루였으면
어린 내 생각을
어찌 그리 알아채시고
그래 시방 내 맘이 네 맘이여
이 안쓰러운 눔아
하셨을 것만 같아서.
눈두덩에 앉은 눈발이 뜨거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