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섬은 ... 허윤정
겨울 준비가 거의 끝났다
한해의 잎 새들 최후의 그 이별 식도 그제께
첫눈으로 그 예식을 치르고 벗은 나무 가지에 첫 눈이 소복하다
천지는 백치다 아침마다 오던 새들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아무도 오지 않는 오지의 섬 혼자 떠있네
그날 그 강가 아무르 강변의 노을처럼 혼자 서성이네
외롭고 황량한 이국의 땅에서 그리운 사람 더 그리 웁 거니
여기는 타향의 외로운 섬이다 오바 안 외로운 사람 있거든
여기로 오라 저기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은 가을 나무다
나도 어제 찻집에서 혼자 차를 마셨다. 갈 때도 혼자가고
아픔도 혼자여라
나는 혼자 고향을 돌아가려네 빈집의 낙수 물 떨어지는
소리 랑 랑 하리니 사람아 저기 먼 먼 아무르의 강변처럼
싸늘히 식은 고향 언덕을 그래도 나 혼자 돌아가려네
목숨도 사랑도 욕망도 버리고 빈 들판 허수아비로
나 돌아가려네 산새들 지져귀고 엄마 밥 짓는 저녁연기
머리 풀고 하늘로 올라가는 토담집 굴뚝 먼 손님 기다리는
그런 고향 내 고향으로 돌아가리니
새봄이 오면 울타리 밑 각시풀 너랑나랑
신랑 각시 소꿉동무 하얀 사금파리
어린시절 신접살림 그렇게 좋았는데
지금은 백발이 성성해서 다 꼬부라진 허리
현세의 아기자기한 환영이여
그래도 그날이 내 삶의 초석이려니
나이든 내 소녀야 내 인생 이렇게 빛나고 있음이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안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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