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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文學 겔러리

[스크랩] 바람에게 - 유 치환

by 동아스포츠 / 相 和 2018. 6. 4.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블루로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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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에게 - 유 치환 바람아 나는 알겠다. 네 말을 나는 알겠다. 한사코 풀잎을 흔들고 또 나의 얼굴을 스쳐가 하늘 끝에 우는 네 말을 나는 알겠다. 눈 감고 이렇게 등성이에 누우면 나의 영혼의 깊은 데까지 닿는 너. 이 호호(浩浩)한 천지를 배경하고 나의 모나리자! 어디에 어찌 안아볼 길 없는 너. 바람아 나는 알겠다. 한오리 풀잎나마 부여잡고 흐느끼는 네 말을 나는 정녕 알겠다. 내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언젠가 우리가 늙어 약하고 지저분해지거든 인내를 가지고 이해를 해다오 늙어서 음식을 흘리면서 먹거나 옷을 더럽히고, 옷도 잘 입지 못하게 되면 네가 어렸을 적 먹이고 입혔던 그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미안하지만 참고 받아다오 늙어서 말을 할 때, 했던 말을 하고 또 하더라도 말하는 중간에 자르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면 좋겠다. 네가 어렸을 때 좋아하고 듣고 싶어 했던 이야기를 네가 잠이 들 때까지 셀 수 없이 되풀이하면서 들려주지 않았니? 훗날에 혹시 목욕하는 것을 싫어하면 너무 부끄럽게 하거나 타박하지는 말아다오 수없이 핑계를 대면서 목욕을 하지 않으려고 도망치던 너를목욕 시키려고 따라다니던 모습을 기억해 보아라 혹시 새로 나온 기술을 잘 모르면 그 방법을 자상하게 가르쳐다오 우리는 네게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는지 아니? 상하지 않은 음식을 먹는 법, 옷을 입는 법, 힘들 때 이겨내는 방법등... 점점 기억력이 약해져 무언가를 자주 잊어버리거나 말이 막혀 대화가 잘 안될 때면 성급해 하지 말고 기억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좀 내어주지 않겠니? 그래도 혹시 기억을 못해도 너무 나무라지는 말아다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우리가 너와 함께 있다는 것이고, 말을 들어주는 네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또 음식 먹기를 싫어하거든 억지로 먹이려고 하지 말아다오 언제 먹어야 하는 지 혹은 먹지 말아야 하는 지는 잘 알고 있단다. 다리가 힘이 없고 쇠약하여 잘 걷지 못하게 되거든 걷는 것이 위험하지 않게 도와다오 네가 뒤뚱거리며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 우리가 한 것처럼 네 손을 빌려다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하면 우리에게 화내지 말아다오 너도 언젠간 우리를 이해하게 될 거다. 노인이 된 우리의 나이는 그냥 단순히 살아온 것이 아니라 우리는 사는 것이 투쟁이었고 사느냐 죽느냐며 사선을 많이도 넘어 왔단다. 비록 우리가 너를 키우면서 많은 실수를 했어도 우리는 부모로써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과 부모로써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삶을 너에게 보여주려고 뼈를 깎으며 이 한 몸 바쳐 최선을 다 했단다. 내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너희가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너를 사랑한다.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한단다.

2013 / 10 / 21 / by 블루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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