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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겔러리

[스크랩] 가을이 떠난 자리

by 동아스포츠 / 相 和 2018. 6. 4.

가을이 떠난 자리 / 청강 허태기 푸른 산야를 통 채로 삼키고

허공마저 태울 듯이

설쳐대던 가을 불길도

타버린 잎새들과 더불어

계절 넘어로 밀려 가고


깡마른 시신 뒹굴 듯

땅 거죽 위로 잿빛 낙엽 굴리며

몰아치는 돌개바람에

나목들의 외마디 소리가 귀를 찌른다


호수에 비친 하늘은

맑고 차가운데

앙상한 가지들은 무리지어 세월을 낚는

낚싯대 마냥 드리웠고


바람에 실려온 갈잎 서넛 쪽이

텅 빈 호숫가에 몸을 담군채

사어(死魚)처럼

물결따라 흐느적거린다


[20041129]


책갈피에 끼워 넣고 예쁜 추억 기억 하고 싶다 바람이 부는 날엔 뜨거운 커피 한 잔 마시며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종착역도 알 수없는 완행 열차를 타고 어디론가 마냥 떠나고 싶다 받을 이도 없는 긴 그리움의 편지를 써서 어디론가 보내고 싶다

 

출처 : 지우마을
글쓴이 : 푸른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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