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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文學 겔러리

[스크랩]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이해인

by 동아스포츠 / 相 和 2018. 1. 29.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이해인



하늘이 맑으니  
바람도 맑고  내 마음도 맑습니다.

오랜 세월 사랑으로 잘 익은 그대의 목소리가
노래로 펼쳐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가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익어서 떨어집니다.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 올려요. 
쓴맛도 달게 변한 오랜 사랑을 자축해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해요.











낙엽  /이해인 

                                 

낙엽은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 할지 깨우쳐준다.

낙엽은 나에게 날마다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 보게 한다.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내 사랑의 나무에서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좀
더 의식하고 살아야겠다

 











내일이면 오늘 되는 우리의 내일/이해인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 없는 조용한 기도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가을 노래 /  이해인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소리를 내면 비어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는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 되고 싶어요
서걱이는 풀잎의 이마를 쓰다듬다
깔깔대는 꽃웃음에 취해도 보는
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풀벌레이고 싶어요
별빛을 등에 업고
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
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
당신의 것으로 바쳐 드리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후니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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