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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삶이야기

[스크랩] 바 람...도종환

by 동아스포츠 / 相 和 2018. 12. 26.

 

 

 

 

 

 

 

 

바 람...도종환


스무 살 무렵부터 나는 바람이고 싶었다
그러나 바람의 갈기털은커녕
발목을 밧줄로 묶인 말뚝이 되어 있었다

나는 수시로 뛰쳐나가고 싶었으나
얼마쯤 가다가는 풀이 죽어 돌아오곤 하였다

아버지는 담석증을 앓았고 어머니는 막일을 하고 있었다
삼십 대가 되자 업연은 더 무거워졌고
허리엔 길마가 놓이고 입엔 재갈이 물려졌다

나는 점점 짐을 끄는 한 마리 말처럼 변해갔고
목축의 날들을 벗어나고자
벌판을 몰아칠수록 사나운 짐승이 되어갔다

나이가 더 들어 몸 여기저기가 병들면서
비로소 나를 길들이던 입맛의 굴레로부터 놓여나고
바람을 선물로 받았을 때는이미 늙어 있었다

문을 열고 나와도
어릴 때부터 꿈꾸던 신선한 시간이
머리칼을 날리며 동행하지 않았고
발걸음은 탄력을 잃은 게 내려다보였다

나는 이미 시선 밖에 있었다
그래도 나는 늦은 나이에 얻은 이 바람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고독이 가득하고
숫되던 날부터 마음의 기슭을 긁어대던 회오리가
생의 골짜기와 벼랑을 지나
느슨한 일상의 평지에 이르러서도
바람의 형상으로 남아 있는 게 고마웠다

나는 이 여윈 바람의 손을 잡고
한 걸음씩 여백을 만나며 나아갈 것이다

자유..
이 자유의 느낌과 향을 맛 본 사람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생의 무엇이었는지..

 

 




 

 

 밤바람









바람의 길




 당신이 떠나고 나는 밤바다가 되었다.

언제나 가슴으로 파도가 와서 철썩이고 새벽이 올때까지 잠을 잃은 파랑처럼 너울거렸다.

문소리가 나면 철렁 가슴이 내려앉고 지나는 바람에 심장이 고동치곤 했다.

나는 썰물도 못되고 밀물도 못되는 인생의 나루터에서 밤새 출렁이며 산다.

생이 흔들리는줄도 낡은 뱃전의 동아줄처럼 썩어가고 낡아가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철지난 엽서를 읽고 또 읽는다.

포구는 매정했다.

그대가 곁을 놓듯 썩은 생선 대가리만도 못한 기다림으로

 이렇게 흔들려서는 결국

 생의 끄트머리쯤되는 너를 보지도 못할것 같은 예감으로 촛불을 켠다.

매정한 밤바다는 누굴위해 우는가.

아무도 없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람소리라도 붙잡고 死의 축제에 잔을 든다.

달이나 별이나 반딧불이나 나방이나 카바이트불이나 뭔 상관이랴.

 마른칼로 배를 가르고 가자미나 굽자.

막소주 한잔에 생을 노래하기는 이미 늦었다.

한점 한점 살을 여미고 피를 닦고 아린 마늘 한쪽 처럼..

태종대, 광한리, 송정, 해운대, 자갈치 아줌마...

놀래미 뼈만도 못한 칼을들고 전쟁의 한복판에서 노래하던 나는 누구더냐?

나는 바람집에 사는 비리고 비린 사내...바람이다.
우리 생전 만날 약속은 접어두고 부고라도 오면 그때 울어주기로 하자.
바람조차 마를때 까지......



ㅡ <성영희 '바람의 집' 앞에서> ㅡ







 

 

^*^ 하늘과 바다의 사랑 이야기 ^*^

 

 

 

 

 

 

 

 

 

 

Arena y mar(바다와 모래),Manolo Carrasco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봉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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