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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겔러리

[스크랩] 겨울나무 ... 장석주

by 동아스포츠 / 相 和 2018. 12. 2.

 

 

 

 

 

 

겨울나무 ... 장석주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녘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 있는
흠 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끊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

 

 

 

 

 

 

 

 

 

겨울나무 ... 나태주



빈손으로 하늘의 무게를
받들고 싶다

빈몸으로 하늘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


벗은 다리 벗은 허리로
얼음밭에서 울고 싶다.

 

 

 

 

 

 

 

 

 

 

겨울나무 ...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 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나무 ... 김현승


하느님이 지으신 자연 가운데
우리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것은
나무이다.

그 모양이 우리를 꼭 닮았다.
참나무는 튼튼한 어른들과 같고
앵두나무의 키와 그 빨간 뺨은
소년들과 같다.

우리가 저물녘에 들에 나아가 종소리를
들으며 긴 그림자를 늘이면
나무들도 우리 옆에 서서 그 긴 그림자를
늘인다.

우리가 때때로 멀고 팍팍한 길을
걸어가면
나무들도 그 먼 길을 말없이 따라오지만,
우리와 같이 위으로 위으로
머리를 두르는 것은
나무들도 언제부터인가 푸른 하늘을
사랑하기 때문일까?

가을이 되어 내가 팔을 벌려
나의 지난날을 기도로 뉘우치면,
나무들도 저들의 빈손과 팔을 벌려
치운 바람만 찬 서리를 받는다, 받는다.

 

 

 

 

 

 

 

 

 

 

나무의 생애 ... 정연복

비바람 드센 날이면
온몸 치떨면서도
나지막이 작은 신음소리뿐

생의 아픔과 시련이야
남몰래
제 몸 속에
나이테로 새기며

칠흑어둠 속이나
희뿌연 가로등 아래에서도
고요히 잠자는 나무

보이지 않는
뿌리 하나
목숨의 중심처럼 지키면 그뿐
세상에 반듯한 집 한 칸
장만하지 못하고서도

햇살과 바람과 이슬의

하늘 은총 철석같이 믿어
수많은 푸른 잎새들의
자식을 펑펑 낳는다

제 몸은 비쩍 마르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기른 것들과
늦가을 찬바람에 생이별하면서도
새 생명의 봄을 기약한다

나무는 제가 한세월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

 

 

 

 

 

 

 

 

 

 

커다란 나무... 김기택



나뭇가지들이 갈라진다
몸통에서 올라오는 몸을 찢으며 갈라진다


찢어진 자리에서 구불구불 기어나오며 갈라진다
이글이글 불꽃 모양으로 휘어지며 갈라진다
나무 위에 자라는 또 다른 나무처럼 갈라진다


팔다리처럼 손가락
발가락처럼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미 갈라져 있었다는 듯 갈라진다


오래 전부터 갈라져 있던 길을
거역할 수 없도록 제 몸에 깊이
새겨져 있는 길을
너무 많이 가보아서 훤히 알고 있는 길을
담담하게 걸어가듯이 갈라진다


제 몸통으로 빠져나가는 수많은 구멍들이
다 제 길이라는 듯 갈라진다
갈라지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듯
조금 전에 갈라지고 나서 다시 갈라진다
다시 갈라진다 다시 갈라진다 다시 갈라진다
다시 다시 다시 갈라진다


갈기갈기 찢어지듯 갈라진다
뱀의 혀처럼 날름거리며 쉬지 않고
갈라진다


갈라져 점점 가늘어지는데도 갈라진다
갈라져 점점 뒤틀리는데도 갈라진다


갈라진 힘들이 모인 한 그루 커다란 식물성
불이
둥글게 타오른다 제 몸 안에 난 수많은 불길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맹렬하게 갈라지고 있다

 

 

 

 

 

 

 

 

 

 

 

나무 ... 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바람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다

 

 

 

 

 

 

 

 

 

 

나무처럼...오세영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잎과 잎들이 가슴을 열고
고운 햇살을 받아
안듯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
우리도 그렇게
클 일이다.
대지에 깊숙이 내린 뿌리로
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서듯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을 알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
그 스스로
물러설때를 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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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봉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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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추위의 나날,

건강관리 잘하시여


행복한 삶으로

날마다 좋은 날 되시길 축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