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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니콘의 추억

동아스포츠 / 相 和 2018. 6. 22. 17:51

니콘 바디에 대한 회상

 

나는 과거 아주 오랫동안 니콘매니아였다. 지금 니콘을 한대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니콘에 대한 추억이 많다. 지금 디지탈 시대에 들어와 기계식 카메라에 대한 아련한 동경이라고 할까.....언젠가 니콘 디지탈카메라를 구입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니콘은 나에게 추억이다.


니콘은 F자로 시작하는 프로용 바디와 보급형 바디를 1959년 니콘F를 시작으로 1972년 F2, 1980년 F3 대충 10년 주기로 프로용 모델을 바꾸어 왔다. F4부턴 그주기가 빨라진 것 같다. 물론 그전엔 Range Finder식의 S시리즈가 있었지만 라이카에 비해 잘 만들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바요넷 마운트는 니콘이 원조이다. 요즈음 거의 모든 카메라가 바요넷 마운트를 채택하고 있지만 과거엔 라이카는 스크루마운트, 캐논은 커플러링마운트, 펜탁스는 스크루마운트였다.

 

내가 사용해본 니콘 바디중 가장 인상에 남는건 F2이다.
1972년에 니콘이 발표한 마지막 완전기계식 프로용바디, 당시 튼튼하다는걸 강조한 뜻으로 사람들이 니콘F를 미제 트럭을 비유하여 GMC라고들 하였다. 그만큼 튼튼하단 뜻일 것이다. 니콘F를 한층 다듬어 놓은게 F2이다. 셔터스피드가 1/2000초로 빨라졌고 셔터막도 개선되었다. 니콘 F2시리즈에서 맨마지막에 나온 기종이 Photomic AS(니콘F,F2,F3는 동일한 바디에 Finder가 무엇이 붙느냐에 따라 모델이 바뀐다.)이다.

 

F2AS에 탑재된 노출계는 요즈음 노츨계와 별반 다를게 없다. 노출을 측정하는 소자는 SPD(실리콘포토다이오드)로 F3에 사용된것과 동일하다. 측정모드는 니콘의 전통적인 중앙부중점 평균측광이며 여기에 탑재된 노출계는 상당히 정확하다.

 

F2의 내구성과 정밀함은 정말 대단하다. 대를 물려 사용해도 될 정도로 뛰어나서 지금까지도 이것보다 더 잘 만들어진 기계식 SLR바디는 그 어떤 브랜드를 막론하고 없는 것 같다. 미국의 달에 가는 우주선에 탑재되어 유명해지기도 하였고 북극탐험대가 가지고간 카메라중 현지에서 얼지 않고 작동된 카메라는 니콘F2와 하셀블라드 뿐이었다고 한다.


니콘 F2는 단단하고 정밀한 기계인데 기계식 카메라에서 가장 잘만든 SLR이고 레인지파인더식은 라이카 M3라고 생각한다. F2의 블랙바디는 1979년에 마지막 생산되었고, 크롬바디는 F3가 나오던 1980년까지 병행생산 되다. 바디상판 좌측하단에 처음시작하는 아라비아 숫자 두자리가 생산연도이다.

 

나는 과거 실버크롬바디 하나와 블랙바디 하나, 두대의 바디를 가지고 있었는데 니콘카메라를 모두 없애버리기 직전까지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었고, 주로 사용은 실버바디를 블랙바디는 신품상태로 가지고 있다가 니콘을 정리하면서 선배에게 양도하였는데 요즘 간혹 아쉽다는 생각이든다. 그만큼 정이 많이 들었고, 그만한 바디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단지 하나의 흠은 무겁다는 건데, 나중에 나온 F4, F5 등과 요즘의 풀프레임 디지털 바디인 D3에 비하면 그렇게 무겁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서브 기종으론 FM을 좋아하였는데, F2A, AS와 같은해인 1977년에 출시하였고 요즈음 까지 많이 사용하는 FM2의 원형이다. 셔터스피드가 1000분의 1초까지 있고 바디가 가볍고 조작이 쉬운 좋은 모델입니다. 니콘 FM은 니콘브랜드로 통합한 첫번째 보급형 바디이다. 원래 니콘은 니콘F를 출시한 1959년부터 고급형은 니콘, 보급형은 니코마트 브랜드로 출시하다 1977년 가을에 브랜드를 니콘으로 통합하고 회사명도 일본광학이 아닌 니콘으로 바꾼다.

 

FM은 초기형과 후기형 두가지가 있는데 전기형은 셔터잠금장치가 셔터릴리즈 버튼의 테두리를 돌려서 사용하도록 되어있고, 후기형은 와인딩레버를 닫으면 잠기도록 바꾸었다. 가볍고 아주 잘만들어진 바디이다. 과거의 니코마트 처럼 우악스럽게 생기지도 않고 휴대하기에 편하고 튼튼하게 잘만들었다. 그이후에 나온 FM2 등은 그렇게 신뢰가 가진 않는다. 당시의 기술로 기계적으로 셔터스피드를 1/4000초로 작동시키려면 셔터막을 아주 얇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무리엿던 것 같다. FM2가 처음엔 MD-12모터드라이브를 사용하면 셔터막이 터지는 현상이 많았다. 이게 FM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셔터막이 터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였고, 니콘에서는 셔터막의 형상을 바꾸기도 하였다. 당시 FM2를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분들은 셔터막이 터지면 FM의 막으로 교체하여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저는 FM2를 사용하는 분에겐 모타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한다. 굳이 모타를 사용할거라면 FM을 구해서 사용하라고 하고 싶다.

아뭏던 FM은 아주 좋았던 모델입니다. 그기다 50mm F1.4 표준렌즈 하나를 가지고 나가면 아주 편안하였다.

 

F3 이건 분명 잘 만든 바디이긴 하지만 나는 3번 구입하였으나 3번다 내손을 떠나야 했다. 조리게 우선식의 자동노출은 제겐 별로 도움이 되질 못했고 아주 좋은 모델이지만 몇가지의 단점이 내겐 크게 보였다.
첫번째로 필름 와인딩레버의 예비각이 F2나 FM 등의 다른 모델보다 커다는거다. 와인딩레버를 충분히 돌렸다고 생각된 것이 덜 돌린게 되어 셔터찬스를 놓치는 경우가 자주있었다. 처음부터 F3를 사용한 분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습관은 역시 무서운거 였다. 나는 당시 스트랩을 짧게하여 목에 매는 버릇이 있는데 필름을 전진 시킬때 항상 스트랩에 와인딩레버가 닿여서 싫었다.
두번째는 필름을 장전하여 3커트(1번에 올때까지)까지 노출계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니콘의 변명은 프로기종이라서 그렇다는 것이었지만 나는 싫었다. 그런저런 이유로 필요없는 MD-4 모타드라이버를 구입하고 세로그립시 셔터릴리즈버턴을 위하여 콤마콘트롤러까지 달아 놓으니 그 부피와 무게가 엄청나 도저히 적응하기 어려웠다. 특별히 모타가 필요하지 않은 분은 구입을 다시한번 고려하여야할 것이다.
어쨌던 그렇게 정이 가진 않았던 모델입니다. 처음엔 F3, 다음엔 F3HP, 나중에 티타늄바디도 구해서 사용해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니콘의 첫번째 SLR 바디인 니콘F는 1959년 내가 세상에 태어나던 그해 출시 되었고, 니콘은 F의 출시로 라이카와 당당히 겨루어보게 되었다. 니콘이 레인지파인더식인 S시리즈로는 라이카의 M과 겨루기는 너무 힘든 싸움이었다. 니콘은 과감히 레인지파인더식을 포기하고 SLR 바디를 출시하였는데 그게 바로 니콘 F이다. 월남전에서 그성능을 인정받으면서 라이카 일색이었던 보도사진가들이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덕분에 니콘은 오늘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87년도쯤에 박스 신품상태의 블랙바디 그것도 맨 마지막인 1972년산 Photomic FTN을 구하게 되었는데 사진계 대선배의 간곡한 부탁으로 양도하고 말았다. 자랑한게 화근이었다. 그이후 나는 그정도 상태의 F는 구경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미 F2와 FM에 익숙한 나로선 별로 중요하지도 않는 한가지 점이 F에 익숙해지기 힘든 점이 있었다. 셔터리리즈 버튼의 위치가 다른 바디보다 상판에서 렌즈방향으로 약간 앞에 있다. 이게 급할땐 실수하게 되는 점이었다. 그만큼 사람에겐 습관이 무서운 것 같다. 단 1cm도 안되는 위치의 차이가 셔터챤스일때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앞으로 나가는 경험을 하였다. 느긋할 땐 아무런 문제가 아닌데 급하게 하면 평소의 버릇대로 몸이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그외 보급기 중에서는 나중에 FE,FM,FE2,FM2 등이 수시로 바꾸어가며 가지고 있었고 니코마트 기종도 몇가지 사용해 보았는데, 사용해본 보급기 중에선 FM이 가장 기억에 남고 끝까지 내곁에 남아 있었다. 그만큼 잘 만든 바디일 것이다.

 

전자식 AF시대를 맞아 니콘 F4가 89년인가에 나왔는데 AF속도가 캐논의 EOS1에 비해 느렸고 초점을 잡는데 문제가 많았던 모델로 기억합니다. 메뉴얼포커스에 익숙한 사람에겐 별로 도움이 안되는 모델이라고 판단하였다. 어느 날인가 수리점에서 분해된 F4를 보았는데 온통 플라스틱기어로 가득찬 속을 보고 실망을 금할 수 없었고 급기야는 내손을 떠났다.

 

어떻게 보면 나는 기계식 카메라를 유난히 좋아하긴 한다. 전자식 카메라가 내손에 들어와 오랫동안 남아 있었던 것이 별로 없다. 편리성이야 전자식이 좋긴한데 무언가 나하고 맞지 않는 것 같다.

 

F4는 니콘의 명운을 바꾸어 놓은 바디이다. 당시 니콘이 개발컨셉은 니콘 F시대부터 그동안 사용하던 렌즈 등의 메뉴얼 악세사리를 불편없이 그대로 사용하게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즉, 많은 F3사용자가 아무런 이질감 없이 F4를 사요하기를 바랐다. 메뉴얼이 주가 되고 AF가 보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당시 경쟁모델로 출시한 캐논의 EOS1은 당시로는 획기적인 카메라였다. 전원을 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당시로는 액정을 들여다보면서 셔터스피드와 조리게를 맞춘다는건 상상해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왼손은 그냥 렌즈부를 파지하는 역할만 하고 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는 상태로 오른손 엄지와 검지만 사용하여 모든 조작을 할 수 있는 EOS1은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무엇보다 캐논의 AF속도는 니콘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캐논의 EOS1이 나오기 직전까진 니콘은 35mm 기종에선 독보적인 존재였었다. 당시엔 사진한다고 하면 당연히 니콘이었다. 우리나라에선 다른 브랜드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동호인이 상당히 드물던 시절이 있었다. 거의 모든 분들이 니콘사용자들이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바디,렌즈,악세사리가지 니콘이 아니면 구하기도 어려운 시절이었다. 바디의 품질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특히 우수한 거도 사실이었고 전세계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니콘을 사용하였으니 그런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던것이 캐논에서 EOS1이 나오면서 서서히 니콘의 명성은 빛이 바래가기 시작하였다. 니콘사용자들이 캐논으로 대거 이동해 갔고 심지어 언론사의 사진부도 캐논으로 대부분 바뀌었다. 수동초점시절의 캐논의 F1, NEW F1 등은 니콘의 동급기종에 비해서 장점이 하나도 없었고 내구성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였기에, 간혹 캐논 L렌즈의 발색이 좋아 캐논을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도 바디 때문에 망설이게 되었다. 물론 과거나 요즈음도 라이카 M을 좋아하는 사람은 있고 자이스렌즈의 색감때문에 콘탁스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 드물었다.

 

니콘의 F4와 캐논의 EOS1은 개발컨셉이 전혀 다르다. 니콘은 수동 사용을 전제로 하고 AF와 자동노출을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하게 만든기종이며, 그리고 무엇보다 F 당시의 렌즈부터 Ai, Ais, AF렌즈까지의 모든 니콘의 바요넷트마운트 렌즈를 F4바디에 사용가능하게 만들어졌고 캐논은 과거의 방식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EOS에 맞게 모두 바꾸었다. 당연히 과거의 렌즈와 모든 액세서리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런 모험을 채택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카메라를 만들어냈다. AF 구동시스템에 전념한 결과 렌즈안에 USM모타를 내장하여 니콘과는 AF속도에서 비교가 안되게 되었으며, 작동방법도 파인더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만 조작하여 모든 조작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모든 설계가 과거 기종과는 전혀 다른 컨셉으로 만들어졌다. 그게 오늘날 오혀려 캐논 사용자가 폭주하는 현상을 만들어낸것 같다. 렌즈는 과거에도 취향의 차이이지 니콘이 반드시 캐논보다 낫다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니콘의 명성은 튼튼하고 정밀한 고장없는 바디에 근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간혹 재미있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모든 카메라의 마운트 규격이 통일되어 제조되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하고 말이다.

F4가 처음 나왔을때 저는 AF렌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동식 렌즈와는 다르게 너무 엉성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동초점으로 포커싱을 해보면 수동렌즈의 조작감과는 전혀 다르게 그냥 서걱거리는 느낌, 너무 싫었습니다. 오히려 그런면은 캐논은 훨씬 덜 했다. 그리고 여러군데 프라스틱을 사용한 재질도 왠지 싸구려 냄새가 나서 싫었다. 빠르지 않는 AF속도에 만듬새도 허술한 AF렌즈가 싫어 F4에 그냥 수동렌즈를 사용하였다.

이태리의 유명한 디자이너 주지아로(자동차 디자이너로 유명함. 우리나라의 현대 포니 등을 디자인 하였슴)가 디자인한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여자들이 사용하기엔 조작이 불편하였다. 예를 들면 AE락 버튼이나 AF락 버튼의 위치는 손이 작지 않은 나도 사용하기에 불편한 위치에 있다.

 

어쨌던 니콘은 F4를 출시하면서부터 캐논에게 밀리기 시작하였다.

원래 니콘과 캐논 두회사는 처음부터 기술의 원천이 다르다. 니콘은 자이스이콘의 콘탁스를 모방하여 독자적으로 니콘을 만들기 시작하였고, 캐논은 독자적인 기술로 만드는데 실패하여 라이카로부터 기술지도를 받아서 시작하였는데, 니콘의 초기형은 당시의 콘탁스를 모방하였으며, 캐논은 라이카의 바르낙모델의 카피 모델을 생산하게 되었다. 그흔적은 아직까지 남아 거리계 링의 무한대 진행방향이 서로 반대로 작동하는데 캐논은 라이카와 같은 방향으로 헬리코이드가 돌아가고, 니콘은 콘탁스와 같은 방향으로 돈다. 그것 때문에 라이카M 사용자가 많은 일본에서는 SLR을 캐논으로 선택하는 사진가가 많을 정도라고도 한다.

 

니콘의 바디중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당연히 F2를 선택할 것이다. 니콘 F2의 조작감은 라이카 M3의 그것과 정반대에 있다고 본다. 라이카가 부드러운 조작감과 아주 정숙한 셔터소리라면 니콘 F2는 마치 대포소리같다고 하면 과장이 지나치다고 할까? 속이 시원해지는 소리이다. 손에 잡히는 느낌이 아주 묵직하고 단단한.... 마음 듬직한 바디이다.

출처 : 안태석의 사진과 카메라이야기
글쓴이 : 안태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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