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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벽 . .
동아스포츠 / 相 和
2020. 11. 14. 15:37
새벽,
언덕 아래 낙엽들이 모여 있다.
바람이 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걸까?
아니 여기 산모롱이까지 불려온 것인지도 모른다.
서리를 맞아 설탕옷을 입은 과자 같기도,
튀김 옷을 입은 것 같기도,
빙어를 잡아 놓은 것 같기도 하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날 때가 온다는 것을 대비하고,
그 때가 오면 홀연히 떠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때 즈음이면 이형기 시인의 落花를 읊조리는 이유일 것이다.
낙엽 진 모과나무의 빈 가지에 연두색 모과가 우아하다.
떠나지 못하고 매달려 부스러지는
푸르뎅뎅한 박태기 나뭇잎이 안쓰럽다.
공원 옆 벤취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앉았던 사람의 지문을 새기려는 위함인가,
기억을 지우려는 위함인가...